♣아름다운 시 영상

가을

생수의 강 2008. 11. 8. 08:44




길가에 차례없이 어우러진 풀잎들 위에 
새벽녘에 몰래 내린 이슬 따라 
가을이 묻어 왔습니다 
선풍기를 돌려도 겨우 잠들 수 있었던 
짧은 여름밤의 못다한 이야기가 저리도 많은데 
아침이면 창문을 닫아야 하는 
선선한 바람 따라 가을이 묻어 왔습니다 
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숨이 막히던 더위와 
세상의 끝날이라도 될 것 같던 
그리도 쉼 없이 퍼붓던 소나기에 
다시는 가을 같은 것은 없을 줄 알았는데 
밤인 줄도 모르고 처량하게 울어대는 
가로수의 매미소리 따라 가을이 묻어 왔습니다 
상큼하게 높아진 하늘 따라 가을이 묻어 왔습니다 
이왕 묻어온 가을이라면 
촛불 밝히고 밤새 읽을 한 권의 책과
눈빛으로 마주해도 마음 읽어낼, 
열무김치에 된장찌개 넣어 비벼먹어도 행복한 
그리운 사람이 함께 할 가을이면 좋겠습니다.

 
가을은, 그냥 오지 않습니다.
세상 모든 것들을 물들이며 옵니다.
그래서 가을이 오면
모두가 닮아 갑니다.
내 삶을 물들이던 당신,
당신은 지금 어디쯤 오고 있나요?
벌써부터
나, 당신에게 이렇게 물들어 있는데,
당신과 이렇게 닮아 있는데
..이정하 - 가을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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